군대에서 간부 딸이랑 썸탔던 일

안녕 난 09군번이고 더이상 인생에서 20대를 누릴 수 없는 아저씨야
각설하고 썰을 시작하면ㅋㅋ 내가 나온 부대는 동원사단이여서 다른 부대에 비하면
규모가 좀 작은편이기도 했고 막 군기가 엄하고 이러기 보다는
간부랑 병사랑 꽤 친하게 지내는 분위기에 부대였어(그렇다고 훈련이 꿀빠는 정도는 아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간부딸이랑 친해지는건 거의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그럴 수 있는 방법이 하나가 있는데 바로 군종병이 되는거야 ㅋㅋㅋㅋㅋ

뭐 내가 처음부터 간부딸이랑 썸을 타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군종병이 되려고 했던건 아니고
그냥 부대마크에 아무것도 안달려 있는것보다는 군종이라고 달려있는게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고

참고로 얘기하면 우리부대는 사단소속 전담군종병이 있었는데 얘는 보직이 군종이라서 거의 모든일을 처리하고
다른 군종들은 말이 군종이지 그냥 일반병사들처럼 똑같이 평일에 훈련받고
일과하다가 주말에만 올라가서 종교행사 준비하고 도와주는 역할이였어.(오히려 주말에 쉴수가 없음ㅠ)

나는 기독교 군종병이었는데 다행히 나는 내가 있던 대대에서 (동원사단이라서 대대가 50명임.. 전쟁나면 채워지는 개념)
선임 기독교 군종병이랑 친해서 그 선임의 추천을 받아서 약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대대 군종병이 될 수 있었지 ㅋㅋㅋㅋ
그렇게 처음으로 군종병이 되고 교회로 가는데 괜히 막 떨리더라고
주구장창 군인들만 보다가 간부가족들같은 민간인들을 조금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긴장되고 그랬음.
그렇게 교회에가서 어색하게 다른 군종병들 그리고 군목장교님과 인사 나누고 빙 둘러 앉아서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애가 인사를 하면서 들어오는 거야
“오빠들 안녕” 하면서 들어오는데…… 천사가 따로 없더라.
지금 생각하면 막 이쁘고 그런건 사실 아니였지만 ㅋㅋㅋㅋ 젊은 민간인 여자애를
한 반년정도 못보다가 보니까 진짜 너무 이쁘더라고 ㅋㅋㅋ

내가 놀라서 멀뚱멀뚱있으니까 다른 군종이 알려주기를 사단에 있는 간부님 딸이라고하는데
거의 매주 교회에 놀러온다고 얘기를 하더라고.. 그때부터 였던거 같아.
내가 정말 이 군교회를 위해서 온열정을 다바쳐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시기가 ㅋㅋㅋㅋ

그렇게 인사를 한 얘는 대뜸 나를 보더니 “어? 이 오빠는 처음왔나보네? 안녕 친하게 지내자”
라는 세상에 둘도없는 적극성과 친밀함을 보이더니 그때부터 나에대한 엄청난 호구조사를
들어갔고 덕분에 한껏 긴장되어 있던 나는 조금은 긴장을 풀 수가 있었어.

그렇게 긴장했던 첫주가 지나고 그 뒤로 계속 평일에는 훈련받고 주말에는 군부대로 올라가서
종교행사 도와주는 일을 하게됐고 군번이 꼬인 바람에 상병때까지 막내였던 나는
수많은 잡일과 솔선수범하는게 습관이 들어서 군교회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했고
군종병들 사이에서 반장? 같은걸 뽑는데 덜컥 내가 되고 말았어……. 아무것도 잘하는게 없는데 덜컥
그런 역할을 맡다보니까 진짜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거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진짜 열심히 활동하기 시작했지.. 야간근무 없는 평일겨울에는 잠자는거 포기하고 따뜻한 차 들고 가서 근무서는
군인들한테 따뜻한차 돌리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있는 주면 일과 끝나고 올라가서 연극준비다 뭐다 하면서 정신이 없었어.
근데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거 물론.. 종교의 힘도 있었지만! 그 간부딸이랑 계속 만나고 얘기할 수 있었던 점도
엄청났던 것 같아 ㅋㅋㅋㅋ
내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주말에는 거의 교회에서 살다보니까 간부딸이랑 만나는 시간도 많아지고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지는 계기가 됐어..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 안에도 얘를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지 ㅠㅠ

사실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게 어찌 됐든 얘는 높고 높으신 간부님의 따님이시고 ㅋㅋㅋ 아무리 많이 친해졌다고 해도
나는 군인이라서 전역하려면 그때 당시 반년은 넘게 남아있었고 얘는 완전 민간인에다가 외모도 귀엽게 생겼는데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마음 속에만 계속 남겨두고 있었어.

근데 …. 흔히들 짝사랑은 티가 난다고 하잖아.
나는 나름 티를 안나려고 자제하고 있었는데 얘가 볼때는 그게 좀 심하게 티가 났나봐 ㅋㅋㅋ
어느날 나를 따로부르더니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둘이 교회 근처 벤치에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얘가 요즘 왜그렇게 자기한테 어색하게 구냐고 ㅋㅋㅋㅋ
무슨일 있냐고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얘기하는거야…
그래서 아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얘도 눈치 다 챈거 같아서 솔직하게 얘기를 했지
“사실 너 좋아한다고… 근데 난 군인이고 너랑 잘되는게 말이 안되는거 잘 알고 있어서 티 안내려고 노력했는데
티가 난거 같다고 …. 미안하고 신경쓰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어ㅠ (찌질한 고백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얘가 이 얘기를 듣고 한 10초 20초? 정도 얘기가 없더라고 그 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어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입을 떼는데 처음 하는말이 “고마워…” 라는 얘기였어
자기가 그렇게 매력적인 것도 아닌데 좋아해줘서 고맙고 자기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지금 솔직히 기분 좋다고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까 나 전역할때까지 지금 보다 더 친하게 지내보자고

뭐 얘 입장에서는 그냥 해본 말일 수도 있는데ㅋㅋ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진짜 지금까지 힘들었던 군생활과 앞으로 펄쳐질
수많은 고난의 순간들도 다 헤쳐나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ㅋㅋㅋㅋ 암튼 그때부터 나와 이 간부딸과의 썸아닌 썸?이 시작됐지

그때 쯤 나름 짬도 먹은 나는 일과가 끝나면 무조건 싸지방으로 가서 그 당시 유행했던 싸이 방명록으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기를 시작했어. 오늘 야간행군 있는날이라 진짜 싫다.. 라고 하면 걔가 막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머릿속으로 되새기면서 행군을 하면 내 군장이 10키로 정도는 가벼운 느낌을 받곤했어 오그라들지만.. 진짜 그랬어 ㅋㅋㅋㅋ

그리고 밤 10시? 11시? 쯤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걔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은데 그 시간에는 전화를 하면 안되는건 알면서도
불침번 후임한테 잠깐 화장실 갔다온다고 한다음에 후다닥 공중전화박스로 가서 간부들의 후레쉬를 피해가며 몰래 전화도
하고 그랬어 ㅋㅋㅋ 그렇게 썸 아닌 썸을 타고나서 드디어 난 전역을 하게 됐지!!! 민간인!! 나도 드디어 민간인이 된거야

다시 사회로 와서 전화를 맞추고 난 걔한테 바로 전화를 걸었지.
걔가 목소리 듣더니 기다렸다면서 엄청 반가워 하더라고.
난 전역하고 나서 바로 걔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사실 강하긴 했지만 … 우리집은 서울쪽인 방면에
걔는 학교땜에 대전쪽에 있어서 막상 만나러 가기가 쉽지 않았어.. 그래도 한 2주 정도?? 있다가 연락을 하고 대전으로 향했지

아직 군인티를 덜 벗긴 했지만 그래도 군인일때보다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단기알바한 돈으로 옷도사고 .. 그 없는 머리숱으로
나름 열심히 왁스로 바르고 해서 걔를 만나러 갔어.
그렇게 대전에 도착하고 나 기다리고 있는 걔를 멀리서 지켜보는데 아 이게 진짜 행복이구나 싶더라.
걔한테 인사하니까 걔나 나 보면서 씨익 하고 웃어주는데 심장 멎을뻔 ㅋㅋ
그날, 걔를 만나서 시내도 구경하고 소주에 곱창도 먹고 못했던 이얘기 저얘기 나누면서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어.
그리고 난 그날 저녁에 군인이라는 이유때문에 본격적으로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하게됐고 우리는 그렇게 연인이 되었어.

너무 밝은 아이라서 날 보면 항상 밝게 웃어주고 거리가 멀다보니 자주는 못봐도 나도 만날때마다 어떻게든 잘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장거리 연애가 참 쉽지가 않더라 ㅠㅠ 나도 복학해서 바빠졌고 걔는 일한다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갔다가 또 아버님이 군인이셔서 이사를
자주 하는데 가까워지기는커녕 점점 멀어지고 하다보니까 …. 진짜 두달에 한번 볼까말까? 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결국 다른 연인들처럼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지.

음.. 정말 어떤 특별한 일이 있어서 헤어진게 아니라 거리가 멀고 만남이 너무 없어서 헤어지다 보니까 서로에 대해 안좋은 감정같은건 없었어.
오히려 나는 내 군대생활을 버티게 해준 걔한테 그리고 전역해서 너무 행복했던 날들을 선물했던 그 애한테 너무 고마워서
마지막으로 정말 고마웠다고 연락했고 걔도 자기도 너무 고마웠다고 멀리서나마 응원한다고 연락주고 받고 우리는 영원한 헤어짐을 가졌지.

그게 벌써 몇년전 이야기야 ㅋㅋㅋㅋ 얼마전에 카톡보니까 웨딩촬영하는 사진이 프사로 있더라고 ㅋㅋ
여전히 밝고 여전히 착한모습이 사진에서도 보이더라. 남편되실 분도 너무 멋있더라고
나랑은 인연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난 얘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이 길고긴 글을 끝내겠음 ㅋㅋㅋㅋ
지루했을텐데 읽어줘서 너무 고맙워 그럼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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